현지에 도착해서는 암릉 사이로 노송이 솟아난 칠보산의 모습에 지레 겁을 집어먹었다가
비교적 쉽사리 산행을 마치고는 수고를 아끼지 않은 다리가 고맙기 그지없었다.
역시 산은 한 발 두 발 지면을 다리로 밀어내며 직접 올라봐야 그 속을 알 수 있다는 진리를 다시금 확인하기도 했다.
산 자체로 보면 칠보산은 인근의 보개(보물뚜껑)산과 함께 불교의 무량수경 등에 나오는
금, 은, 파리, 마노, 기거, 유리, 산호 등 모두 7개의 보물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이름을 가진 명산이다.
산 바로 밑을 흘러가는 쌍곡계곡과 함께 여름산행지로서의 풍모를 보여주지만
산 곳곳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풍부한 낙엽송은 가을에 찾아도 멋진 모습을 보여줄 듯하다.
산행 코스는 떡바위~와폭~안부~칠보산 정상~마당바위~안부~폭포~폭포~강선대~탐방지원센터~쌍곡휴게소.
쌍곡휴게소에서 떡바위까지가 약 1.2㎞정도여서 원점회귀에 가까운 코스다.
GPS(위성항법장치)의 도상거리는 7.8㎞. 휴식 포함 약 4시간 정도가 걸린다.
산행 들머리인 떡바위는 산행 안내판을 지나 계곡을 건너는 다리 오른쪽에 위치해 있다.
20여명이 한꺼번에 올라설 수 있을만한 크기의 바위가 계곡 옆에 떡 하니 놓여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다리를 건너면 곧바로 산길이 시작된다. 오른쪽으로 계곡의 지류를 끼고 올라가는 길은 비교적 평탄하다.
10분 뒤 널찍한 바위를 타고 흐르는 물을 건너 2분 정도 더 올라가면 통나무를 가로로 누인 계단이 나타난다.
계단이 같은 근육을 계속 사용하게 하면서 쉬 지치게 하는 탓에 많은 등산객이 계단 옆으로 다니면서 계단 좌우로 길을 내 놓았다.
8분 정도 계단과 산길을 번갈아가며 걸어 올라가면 나무데크가 나오고 나무데크가 끝나는 지점에
곧 무너질 것 같은 큰 바위 아래로 앙상한 나뭇가지 하나를 받쳐놓은 재밌는 모습이 보인다.
잠시 후 오른쪽으로는 누운폭포(와폭)가 나온다.
10분간 산길을 가다 왼쪽으로 성벽 모양으로 쌓인 돌무더기가 나타나면 푹신한 흙보다는
돌이 더 많아지는 골산 칠보산의 속살이 모습을 드러낸다.
6분 뒤 왼쪽으로 마치 시루떡을 쌓아놓은 듯한 모양의 거대한 바위가 보이고
다시 7분 뒤 시루떡 모양의 거암이 하나 더 보이고 나서부터 길은 본격적인 오르막으로 접어든다.
15분간 숨을 턱에 붙이고 오르면서 이정표가 있는 안부에 도착했다면
이제부터는 칠보산의 머리를 장식하고 있는 암릉을 제대로 구경할 차례다.
이정표에서 오른쪽으로 길을 꺾어 5분 정도 산길을 올라가자 앞을 가로막는 암릉과 함께 밧줄이 드리워져 있는 모습이 보인다.
경사는 그리 급하지 않으나 비교적 매끄러운 암릉은 오르기가 만만찮다.
암봉 위에 올라서자 눈에 띄는 낙락장송 한 그루. 이 바위산 위에 어떻게 저런 나무가 서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칠보산 정상 주변 암릉에는 그런 나무들이 곳곳에 즐비하게 서 있음을 눈치 채고 흠칫 놀라게 된다.
다시 길을 재촉해 4분 정도 더 능선을 따라 가자 길 전체가 매끈한 암릉으로 덮인 지대를 지난다.
파도가 치는 모습이나 말안장을 닮은 모습 등 기묘한 모습의 암릉은 산행의 재미를 더해준다.
칠보산 정상은 이 지점에서 다시 10분을 더 능선을 타고 간 지점에 위치해 있다.
정상석 옆으로 나 있는 철계단이 하산길의 시작이다.
가파른 계단을 따라 6분가량 내려서자 내려갔다 다시 올라가는 잘록이 모양의 계단이 나온다.
계단 너머가 바로 마당바위. 널따란 이 바위 오른쪽으로 대야산의 힘찬 모습과 함께 백두대간 자락이 인상적으로 눈에 들어온다.
다시 계단을 따라 내려가자 곳곳에 밧줄이 쳐져 있는 구간이 나온다.
암릉지대 하산길은 사뭇 가팔라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미끄러지기 십상이지만 보기와는 달리 그리 힘들지는 않다.
혹은 산 왼쪽으로, 혹은 산 오른쪽으로 돌아가며 나타나는 하산길을 조심스레 짚어 내려간다.
25분가량 하산길을 내려가면 이정표가 있는 안부. 절말 쪽으로 표시된 방향을 따라 다시 내리막을 내려간다.
여기서부터는 암릉 구간에 비해 비교적 완만한 내리막이다.
20분 뒤 서당골과 살구나무골이 만나는 합수지점이 왼쪽으로 보이고 다시 10분 뒤 계곡을 건너면
잠시 후 오른쪽에 폭포 하나가 세찬 물줄기를 내려 보내고 있다.
4분 뒤 다시 계곡을 건너 3분 정도 더 내려가면 이번에는 왼쪽으로 폭포가 하나 보인다.
6분 뒤 장성봉에서 내려오는 길과 마주치는 삼거리를 지나고
다시 6분 뒤 하늘에서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했다는 강선대를 지나 다리를 하나 건너면
나무그늘이 사라진 길을 따라 잠시 후 탐방지원센터 건물이 나타난다.
여기서부터 산행 날머리인 쌍곡휴게소까지는 산책로에 가깝다. 소요시간은 10분